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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러 갑니다
글. 이행림 / 사진. 김정호
詩 창작을 배우다
사공경현 선생님을 만난 곳은 배재대학교 평생교육원 ‘시 창작’ 강의실. 그는 작년 9월부터 이곳에서 시 쓰기를 배우고 있다. 얼마 전 수필집까지 낸 그에게(사공경현 선생님은 2017년 자전적 수필집 『무임하차』를 발간했다) 무슨 배움이 더 필요할까 싶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시’는 배우지 않고 덤벼들 수 있는 장르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강의에 임하는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열정적인 사공경현 선생님. 강의가 끝나고 그의 시 한 편을 청해 들었다. ‘겸손’이라는 제목의 짧은 시였다.
  • 죄인들은 하나같이 /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다 / 수갑이 필요한 이유다
시를 듣고 시에 담긴 뜻을 물으니 “겸손은 누구나 말하는 미덕이지만, 스스로 겸손하지 못하면 강제로라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게 하여 회심하도록 도운다는 의미지요”라고 말씀하신다. 겸손의 무게를 한 줄짜리 시에 담았듯 선생은 길고 장황한 글보다 짧고 간결한 글을 좋아한다. 어쩌면 그래서 시를 쓰고자 하는 건지도 모른다. “전 무겁고 진지한 거 안 좋아해요. 가볍고 단순하게 사는 게 좋은 거죠”라고 말하며 앞서 들려주었던 시와는 또 다른, 가볍고 경쾌한 톤의 시 몇 편을 건네는 선생님. 시를 보며 생각한다. 시를 배우고는 있지만 사공경현 선생님은 이미 시인이라고.
생애 첫 수필집 발간
선생은 배재대 미술교육과에 입학해 한때 미술 교사의 꿈을 키우기도 하였으나 좀 더 현실적인 선택으로 졸업과 함께 모교 교직원이 되었고, 교직원으로 근무한 지 24년째 되던 해인 지난 2013년 명예퇴직 했다. 20년 넘게 몸담았던 직장, 그것도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직장을 스스로 그만둔 이유가 무엇일까? 선생은 여기에 대해서도 짧게 답한다. 법정 스님이 ‘나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출가하였다고 했는데 나도 그런 이유가 가장 컸었다고. 아닌 게 아니라 퇴직 후 선생은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한 성격답게 직장에 매여 있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들에 도전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생애 첫 수필집 발간이라는 사건 아닌 사건도 그중 하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계속 써오고 있는데, 그렇게 40여 년간 써오던 걸 모아놨다가 작년에 정리해서 수필집을 내게 되었죠. 작년에 제가 환갑이었는데 명색이 인생의 전환기인데 뭔가 기념될만한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책을 하나 내기로 한 거예요. 17년 전에 학교 한 번 다녀본 적 없는 저희 어머니도 자서전을 내서 방송도 타고 그랬어요. 그때 어머니 연세가 72세. 저는 그보다는 좀 이른 나이에 인생 일모작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수필집을 발간하게 된 겁니다.”
선생의 첫 수필집 『무임하차』는 세상을 성찰의 눈으로 바라보며 느낀 것들을 유머러스하게 기록한 것으로 선생의 독특한 철학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책 사이사이에 선생이 직접 그리고 찍은 수묵화와 사진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이를 감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렇게 재미를 느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맨 마지막엔 ‘우주 이야기’와 만나게 된다. 선생은 여기에 대해, 우리가 살면서 부닥뜨리는 문제들이 거대한 천체의 운행 섭리에 비추어 보면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 운명에 압도당하지 않고 세상을 초연하게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나,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힘들 땐 하늘을 봐요, 크고 넓은 하늘을 보다 보면 크게만 느껴졌던 문제들이작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이다.
장애인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어
선생의 일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시 창작, 그리고 장애인 활동 보조인으로서 매일같이 장애인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벌써 3년째 해오고 있는 일, 그 일에 대해 선생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매일 2시부터 6시까지, 그렇게 하루 네 시간씩 장애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데, 같이 산책도 하고, 미술관도 가고, 운동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오래같이 있다 보니까 이 친구가 좋아하는 게 탁구에요. 탁구 한번 치기 시작하면 집에 갈 생각을 안 할 정도로. 그래서 다른 데보다 탁구장엘 자주 가죠. 정부에서 소정의 급여를 주기 때문에 봉사활동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렇다고 돈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닙니다. 저는 저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내가 전생에 저 친구한테 빚진 게 있어서 그 빚을 갚으라고 내가 저 친구보다 신체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거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멘토가 되어 가르치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는 거죠.”
선생은 자신이 보조해주고 있는 장애인을 ‘친구’라고 표현했다. 함께한 시간이 벌써 3년이라니 친구가 되었을 법도 하다. 그래서일까? 선생은 장애인을 불쌍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장애인을 보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것도 편견이거든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나 마찬가지예요. 장애인을 동정하기보다 도울 일이 있으면 그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 생각하고 돕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즐겁게 살자?
오전엔 시를 쓰고, 오후엔 장애인을 돌보며 퇴직 후 인생을 뜻깊고 알차게 보내고 있는 사공경현 선생님.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물었다.
“저는 계획이나 목표를 안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되어지는 대로 살려고요. 그렇다고 막살겠다는 게 아닙니다. 되는대로 살면 막사는 거지만 되어지는 대로 살겠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해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안 하고, 그렇게 억지로 뭘 해보겠다는 부담 없이 살겠다는 거예요. 인생 재미있게 살다 가는 거지 뭐 별거 있습니까. 굳이 계획을 말하자면 지금처럼 즐겁게 살자, 이 정도가 되겠죠.”
진지한 거, 심각한 거 싫어하는 선생다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 묘비명은 미리 정해놓았다는 농담 같은 얘길 건넨다.
“계획은 없지만 제 묘비명은 미리 정해놓았습니다. 그것도 두 가지나요. 1번은 ‘뭐 좀 건졌나?’이고, 2번은 ‘인생 살 만했나... 재미있었나?’ 입니다(웃음).”선생의 웃는 얼굴을 보니 훗날 선생의 묘비엔 ‘재미있었나?’가 아니라 ‘재미있었다’가 새겨져 있을 것만 같다. 그때까지 선생의 유쾌한 삶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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