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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글. 조용기(의정부광동고등학교 교장 퇴임 · 연금수급자)
얼마 전 가족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갔는데 식당 입구에 이런 팻말이 붙어 있었다. No kids zone.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우는 아이들 때문에 식 사에 방해받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식당에서는 아예 어린아이들과 그 보호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손님만을 상대하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식당의 이런 정책이 한 편으론 이해가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여러 사람이 식사를 하는 공간에서 뛰고 소리지르는 것은 아이들을 탓하기 전 에 밥상머리 교육의 부재를 문제 삼을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대가족이 모여 살며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중에 밥상머리 예절을 배웠다. 나도 그렇게 배웠고, 내 아이들도 그렇게 가르 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핵가족 형태가 일반화되면서 조부모로부터 예의범절을 배울 기회가 사라져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세상이 되 고 보니 부모의 맹목적 사랑 속에서 아이들은 안하무인인 채 클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울고 떼쓰는 아이로 자라게 된 것이다.
나는 얼마 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충격적인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이 커피와 차를 마시고 대화하는 공간에서 버젓이 아이의 기저귀를 가는 젊은 부 부를 본 것인데, 더욱 나를 경악하게 한 것은 젊은 부부가 갈고 난 기저귀를 컵과 접시를 담는 쟁반에 올려 두고 카페를 나간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상황과 기분을 배려하고 방해하지 않는 것도 더불어 사는 사회 에서 기초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해당하는 일이다.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는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가 나중에 다른 사람들의 식사 시간을 배려해줄 리 만무하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일 것이다. 이것이 ‘No kids zone’레스토랑이 야속하지만 이해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쁜 부모는 있어도 나쁜 어린이 는 없는 법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민폐’라는 말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만큼 다른 사람의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 을 일찍 가르치고 몸에 배게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에서도 아이들에게 가장 엄격하게 가르치는 것이 식사예절이라고 한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그 시간만큼은 자신도, 가족도, 그 누구도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엄하게 가르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일본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No kids zone’레스토랑이라는 개념 자체 가 아예 없다고 한다. 그 어떤 어린이도 다른 사람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제안하고자 한다. ‘No kids zone’보다는 ‘No bad parents zone’을 확대하자는 것을 말이다. 어린아이가 세상 물정 모르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부모의 가르침이다. 아이를 제 대로 가르치지 못한 부모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식당, 서점, 극장, 카페, 쇼핑몰 등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민족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