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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여행
글과 사진. 박동식(여행 작가)
자연을 만나는 법, 트레킹
두 도시는 한국인에게도 매우 인기 있는 여행지이지만 아쉽게도 한국인 여행자들 상당수는 트레킹을 즐기지 않는다.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에 올랐다가 다시 산악열차를 타고 도시로 돌아오는 것이 알프스 여행의 전부인 경우가 제법 많다. 산악열차를 타고 알프스를 여행하면 알프스는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그러나 알프스를 걸으면 알프스는 온전히 내 것이 된다. 그토록 아름답고 드넓은 대자연이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길은 아득하다. 어느 지점에선가 가야할 길의 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것이 무심해 보인다. 바쁠 것도 없는 걸음으로 터벅터벅 그 길을 걷는다. 노랑, 빨강, 파랑, 보라……. 지천으로 널린 야생화들은 차라리 축복이라고 말해야 한다.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아득했던 지점에 다다른다. 그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이제는 한참 전 내가 섰던 곳이 아득하게 멀어져 있다. 언덕을 넘어온 바람이 등을 떠밀고 들풀은 천천히 손짓을 한다. 그렇게 또 남은 길을 걷는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 요흐’와 ‘피르스트’까지
여행자들이 인터라켄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융프라우 때문이다. 스위스의 고봉들 중에서 가장 인기 높은 곳이 바로 융프라우이며 그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터라켄에서 출발해야 한다. 산악지방이라 한여름에도 선선하다.
인터라켄 추천 트레킹 코스1은 ‘융프라우 요흐’다. ‘요흐’는 봉우리 사이의 산마루를 뜻한다. 융프라우로 오르는 산악열차는 융프라우가 아니라 융프라우가 보이는 산마루가 종착역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융프라우’라고 부르지 않고 ‘융프라우 요흐’라고 부른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 요흐까지는 여러 번 산악열차를 환승해야 한다. 융프라우 요흐 직전에는 산악터널 안으로 진입한다. 인공 터널이 아니라 거대한 바위산 속으로 들어가는 구간이다. 열차는 터널 중간 전망대에서 잠시 정차를 한다. 끝도 없이 펼쳐진 설산의 모습에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하지만 아직 감동하기에는 이르다. 열차 종착지인 융프라우 요흐는 그야말로 유럽의 지붕이나 다름없다. 만년설에 반사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지만 입가에서는 연신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전망대 우측에 늘어선 몇 개의 봉우리 중에 융프라우가있다. 융프라우로 오르는 산악열차 구간들은 매우 훌륭한 트레킹 코스들이다. 만년설에 덮인 거대한 바위산과 그 아래 펼쳐진 푸른 대지는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특별히 코스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마음이 끌리는 역에서 하차 후 다음 마을까지 걸으면 된다. 초등학생들도 거뜬히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이다. 인터라켄 추천 트레킹 코스2는 ‘피르스트’다. 이곳은 융프라우만큼이나 유명하고 인기 많은 곳이다.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타고 그린델발트까지 이동한 후 곤도라를 타고 피르스트에 도착한다.
곤돌라 종착지에서 바흐알프제 호수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피르스트 트레킹의 꽃이다. 길은 그야말로 대평원이다. 동화에서 보았음직한 풍경들이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져 있다. 산악자전거를 탄 여행자도 제법 많으며 심지어는 유모차를 끌고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한여름에도 초록 대지 곳곳에 잔설이 남아 있다. 초록 대지와 잔설과 야생화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질투가 날 정도이다. 바흐알프제 호수는 텐트를 치고 며칠이고 머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루체른의 추천 코스, ‘티틀리스’와 ‘리기’
루체른은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중심부는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루체른은 ‘루체른호’라고 불리는 거대한 호수를 품고 있다. 정식 이름은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이다. 높은 산과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이 루체른의 특징이다. 인터라켄과 달리 루체른에서는 트레킹을 떠날 때 선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루체른을 상징하는 또 다른 하나는 카펠교다. 1333년에 세워진 다리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다. 다리 건너는 고풍스런 구시가지다.
루체른 추천 트레킹 코스1은 ‘티틀리스’다. 티틀리스로 가기 위해서는 루체른에서 엥겔베르크까지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천사의 마을’이라는 의미의 엥겔베르크는 소담한 전원도시다. 엥겔베르크에서 티틀리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케이블카는 한 번에 올라가지 않고 중간에 환승해야 한다. 환승 지점에는 설산을 바라보며 식사나차를 즐길 수 있는 휴게소가 있다. 이곳에서의 커피 한 잔은 인생 최고의 호사가 된다. 인근 산중 호수까지 트레킹을 다녀올 수도 있다. 티틀리스의 매력은 순식간에 만년설이 쌓인 산 정상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의 높이는 무려 3020m. 한여름에도 눈은 녹지 않는다. 만년설을 걸으며 거대한 빙하로 뒤덮인 주변 산들을 감상하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이다. 하산할 때는 중간 기착지에서 특수 산악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케이블카 대신 자전거로 언덕을 내려오는 것도 짜릿한 경험이다.
루체른 추천 트레킹 코스2는 ‘리기’다. 리기는 주변 산들에 비해서 고도(1801m)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루체른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루체른에서 배를 타고 피츠나우까지 이동한 후 산악열차를 이용한다. 30분도 되지 않아서 정상 인근에 다다를 수 있으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저만치 발아래 초원이 펼쳐져있고 그 아래 아찔할 정도로 뚝 떨어진 곳에 루체른 호수가 깔려 있다. 피츠나우와 리기 정상 사이에는 여러 마을이 있다. 트레커들은 마을과 마을이 연결되어 있는 길을 걷는다. 아찔하게 펼쳐진 발아래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줄어드는 길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피츠나우까지 유람선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호수를 돌아보기 위해 따로 유람선을 탑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TIP.   유용한 여행정보
알프스 트레킹 적기 : 6월 말~10월 중순까지가 시즌이다. 시즌이외에는 눈 때문에 개방하지 않으며 코스 개방시기는 잔설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시즌 중에서도 최고 적기는 야생화가 피는 6월 말부터 8월 중순이다.
융프라우 요흐 트레킹을 할 수 없을 경우 : 만약 일정상융프라우 구간의 트레킹을 즐길 수 없다면 최소한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는 다른 구간의 열차를 이용하기를 권한다.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라우터브루넨 노선과 그린델발트 노선이 있는데, 각각 산의 왼쪽 능선과 오른쪽 능선을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