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누운 햇살
그림자를 키우는 늦은
오후 네모난 하늘이 열렸다
고택 지붕 위로 펼쳐진
천원지방(天圓地方)을 거꾸로 읽는
마법 같은 가을
가을빛은 긴 문장처럼 흘러내리고
47도 족욕탕에는
보랏빛 라벤더가 헤엄친다
짓눌린 딱딱한 발바닥
얼떨떨한 열 개 발가락
숱한 발걸음을 세는 나그네
오월부터 한 잎 두 잎 담은 봄
귓불이 먼저 알고 빨개진다
발바닥을 씰룩거려 봐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봐
물구나무선 가을이 올 거야
얼굴이 벌게진 소년처럼
물들어가는 라벤더처럼